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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사가 본 조선업의 전망과 LNG선 본문

경제

용접사가 본 조선업의 전망과 LNG선

TARAX 2020. 2. 10. 22:01

요새 조선업 경기가 

안좋은 건 사실입니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많은 

작업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최근에 반도체 쪽에서 

많이 일하고들 계시죠.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출처:삼성중공업 홈페이지


미국의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사우디가 유가전쟁을 벌이면서
국제유가가 엄청나게 하락했죠.
해양플랜트를 써야될 이유가 사라지자
수주가 취소되는등 우리 조선소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셰일 가스는 조만간 포스팅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 조선업이
그래도 살아날 거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죠.
바로 LNG선 수주입니다.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전 세계에 발주된 LNG선은
총 27 척! 
그 중 21 척을 한국의 조선소가 
수주 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LNG선 수주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해운사는 
업무협약 까지 맺고 한국의 조선업을
견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한국 LNG선은 어떻길래 
이렇게 잘 나가는 걸까요?

출처:삼성중공업 홈페이지


한국 LNG선 기술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스전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는 
기체 상태이기 때문에 

원거리로 운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천연가스를 - 163도 이하로 
냉각 하게 되면 액체 상태가 되면서 
부피도 600 분의 1로 줄어들어 
수송하기 용이해 집니다. 
이것이 바로 액화천연가스!  
즉, LNG (Liquefied Natural Gas) 입니다.
그리고 이 LNG를 수송하는 기술이 
탑재된 선박을 'LNG선' 이라 부릅니다.

LNG선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은 
LNG를 보관하는 화물창 기술입니다. 
LNG를 액화 상태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화물창의 내부 온도를
- 163도 이하로 유지하는 
극 저온 기술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극 저온 상태에서 절대 깨지지 않는 
아주 강도 높은 특수한 소재로 
화물창을 만들어야겠죠.


또한 LNG 선이 

적도 부근을 지날 때면 
화물창의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무려 200도 까지 
차이나게 되는데 
만약 LNG의 온도가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즉시 기화되어 
어마어마한 LNG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열 또한 필수죠.

극 저온 상태가 유지 되더라도 
저장 탱크 내에 있는 LNG는 
자연적으로 증발하는데 
이러한 LNG 자연기화율을 낮춰서 
손실률을 줄이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화물창의 모양에 따라 
둥근 형태의 탱크에 저장하는 

모스 형과 
사각 형태의 탱크에 저장하는 

멤브레인 형으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LNG선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요즘은 주로 멤브레인 형 화물창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출처:삼성중공업 홈페이지


그래서 삼성중공업 기술교육원 채용에도
멤브레인 용접 교육과정이 들어가있죠.
이 용접은 LNG선에서 밖에 

쓸데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직접 해본 건 아니라 

정확하진 않습니다.

아무튼 멤브레인 형 

화물창의 최고 기술력은 
최근까지 프랑스의 GTT사가 개발하여 
특허를 보유한 마크3 였습니다.
GTT사의 마크3는 LNG 자연기화율이
0.07% 로 조선 업계에서도 
거의 한계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2000억 정도하는

대형 LNG선을 
1척 건조할 때마다 약 5% 의 
로얄티 100억 원 정도의 비용을 
매번 GTT사에 지급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017년 대우조선해양은 
차세대 LNG화물창 시스템인
SOLIDU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SOLIDUS는 독일의 화학회사 BASF사 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된
친환경 고성능 단열재가 사용되었으며 
금속 방벽을 이중으로 적용하여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게다가 화물창 핵심기술인 

LNG 자연기화율은 

마크3 보다 더 낮은
0.049%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선급회사 영국의 Lloyd's Register를
시작으로 

미국 ABS 

한국 KR 

노르웨이-독일 DNV 

프랑스 BUREAU VERITAS 까지 

세계 5대 선급회사로 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점차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선급회사라 하면 

배에 등급을 매겨주는
회사라고 대충 아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적으로 
기화되는 LNG는 
포기 할 수 밖에 없는걸까?
한국의 조선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고 
결국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기화한 천연 가스를 거의 100% 
재액화하여 다시 화물창으로 집어넣는 
완전 재액화 시스템을 

각각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출처:삼성중공업 홈페이지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로 인해 
LNG선의 선주는 연간 약 80억원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고 하니
선주 입장에서는 한국에 수주하는게 
메리트 있는 것이죠.

한편 LNG선의 핵심인 화물창을 
위협하는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LNG선이 운항하는 동안에는 
선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이때 액체 상태인 LNG가 출렁거리며 
화물창에 충격을 주게 됩니다.
이것을 SLOSHING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화물창이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는다면 화물창이 
손상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 부분을 열심히 연구하던 현대중공업은 
새로운 화물창 설계 기술인 
하이멕스(HiMex) 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이멕스는 화물창 내벽에 
독자적인 주름 형상 설계 공법을 적용하여
SLOSHING현상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킨 기술입니다. 
이후 영국의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설계의 승인까지 받음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렇게 LNG선의 기본스펙만 보더라도 
한국의 조선업이
얼마나 세계적인 수준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자들의 기술 수준도
세계 최고의 수준인 것이죠.

여기에 더해서 한국의 LNG선에는 
선주들이 좋아할 만한 
몇 가지 특별한 기능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쇄빙기술' 입니다. 

출처:삼성중공업 홈페이지


천연가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LNG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2미터 두께의 얼음을 깰 수 있는 
쇄빙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원래는 쇄빙선이 앞에서 
얼음을 분쇄 하면서 가고 
LNG선이 따라오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던 2014년,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로부터 쇄빙 기술과 
LNG 운반 기술을 모두 갖춘 선박에 대한 
수주를 받고 세계 최초 쇄빙 LNG선을
건조 했습니다.
또한 2005년에 세계 최초 

양방향 쇄빙 유조선을 수주했던 
삼성중공업도 그 뛰어난 기술을 인정받아 
최근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노바텍에
쇄빙 LNG선 건조 기술 파트너로 

선정되었습니다.

두번째는 LNG 터미널 기술입니다.

출처:삼성중공업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LNG선은 수송해온 LNG를 
육상에 있는 대규모 터미널에 하역하여 
저장한 뒤 다시 기화 과정을 거쳐 
파이프라인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육상 시스템을 건설하는 것만 해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LNG인수 터미널 탑재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개발했습니다 
LNG RV선은 기존 LNG 선에
자체기화장치를 탑재하여
해상에 정박한 상태에서 곧바로 LNG를
공급할 수 있어서 
육상 터미널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허리케인이 강타하여 
항만이 초토화 되었을 때 
LNG RV가 피해 지역에 
가스를 안전하게 공급하여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4년 02월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 바다위 LNG기지라 불리는 
부유식 가스저장 재기화 설비(LNG-FSRU)를 
건조 했습니다.

세번째는 LNG선 연료 기술입니다.
2020년 부터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실행됩니다.
그렇게 되면 전세계 모든 선박이 
사용하는 선박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선
기준이 기존 3.5% 에서 0.5% 로 

낮아지게 됩니다.
이에 따른 대안 중 하나가 
황 함유량이 낮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인데 
2019년 삼성중공업은 

LNG연료 공급 시스템인 'S-Fugas'
기술을 적용한 LNG 추진 
초대형 유조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다가올 환경규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죠.
이처럼 한국의 조선업은 

새로운 혁신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세계 최초,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됩니다.
물론 그 뒤에서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해준 조선업계 노동자들도 있었죠.

이렇게 한국의 조선업에는 LNG선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타깝게도 LNG선 특성상 

소수의 조선소에서만
제작할 수 있다는 게 문제긴 한데
그래도 조선업이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이 보입니다. 한국 조선 화이팅입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 여러분
화이팅입니다!